미국 유학이 결정되고, 토플공부를 시작한 지 약 4개월 만에 첫 토플시험을 응시했다.
이번 토플은 스스로 생각 중인 유학 준비 타임라인에 떠밀려 어서 빨리 공식 점수를 만들자라는 스스로의 압박에 1월 초에 떠밀리듯 arrange 했다.
사실 중간에 연말, 부서 이동, 설날, 코로나 등 수많은 방해요소(?) = 변명거리가 생겨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를 떠나 일단 지금이라도 시험을 봐서 타임라인이 틀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시험 직후 나오는 reading과 listening 영역이 가채점 모의고사 보다 잘 나와서 기분이 좀 좋은 상태다.(어차피 총점이 중요해서 아직 안도하긴 이르지만..)
첫 토플시험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에게는 중요한 시험이었던지라 긴장을 좀 했던 것 같다. 토익이나 다른 시험을 많이 쳐봤지만 긴장해 본 적은 없는데, 유난히 긴장됐다.
시험은 부산대학교 옆에 있는 언어교육원인가? 거기서 봤다. 첫 시험이라 전날 유튜브에서 토플 시험 전 유의사항 같은 걸 봤는데, 나름 도움이 되었다.
부산시험장에는 50분 전쯤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많아서 좋았다.
화장실을 들렸다가 2층 시험장으로 올라가니, 내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있었다. 잘 반영되어 있었고, 서성이고 있으니까 안내해 주시는 분이 서약서랑 개인번호가 적힌 목걸이를 줬다. 그리고 대기장소로 가서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해서, 서약서를 작성하고 미리 외운 스피킹 템플릿을 머릿속으로 한번 더 되뇌어봤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토플 초록이 책 어플에서 틀렸던 단어들을 살펴봤다. 솔직히 이때 봤던 단어 하나도 머리에 안 남는다. 확실히 긴장했던 모양이다.
시험 20분을 앞두고 안내요원이 와서 시험장과 여러 가지를 안내해 줬다. 가방은 시험장 옆자리에 둬야 했고, 개별로 준비해 온 간식은 대기실에 따로 빼놔야 했다. 당연히 휴대폰을 포함한 전자기기는 제출해야 했다.
안내가 다 끝나고, 아까 처음에 받은 번호순대로 시험장 앞에 줄을 섰다. 앉아있다가 일어나니 화장실이 약간 가고 싶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1명씩 들어가서 여권이나 개별 id로 신분확인을 하고, 체크인을 했다. 어느덧 내 차례가 왔고, 여러 유학준비 사이트에서 봤듯 웹캠으로 사진 찍을 때 무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사진이 어정쩡하게 긴장한 웃음 표정으로 나온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범죄자처럼은 안 나와서 다행이다.
1명씩 들어가자마자 오디오 테스트를 포함해서 시험을 시작했나 보다. 한 명이 엄청 큰 목소리로 describe the city you live …?를 반복했는데,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 게… 너무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나도 오디오 테스트를 진행하고, reading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또 멘탈이 나갔다. 내가 준비했던 testglider와 글씨체도 달랐고, 읽기에 좀 불편했다. 또, 문단도 나뉘어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모의고사에서 봤던 문장들에 비해 문장들의 길이가 너무 풀어서 길게 써져 있었다. 첫 지문이 집중이 너무 안되고 잘 해석도 안돼서 고전했던 것 같다.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다음 지문부터 좀 빠르게 읽고 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흔들린 멘탈 상태로 끝까지 갔고, 잘 집중이 안돼서, 이번 reading은 솔직히 망했구나 생각했다. 모의고사 때는 시간도 남았었는데, 실제 시험 때는 시간이 부족했고 몇 문제는 심지어 찍기도 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듣기를 시작했다. 듣기도 마찬가지로 듣긴 듣는데 그대로 흘려지는 것 같았다. 너무나 고역이었다. 첫 파트는 솔직히 몇 문제는 찍었고, 눈치껏 풀었다. 망했구나.. 생각하면서 두 번째 파트를 진행했다. 두 번째 파트 대화도 역시나 잘 안 들렸는데, 다행히 그다음으로 나온 lecture가 내 전공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렇다 해도, 전반적으로 모의고사랑 비교해 봤을 때 듣기도 최악인 느낌이었다. 분명 모의고사는 내용은 다 이해가 됐고, 문제가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시험장에서는 듣기 내용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듣기도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었다.
토플 휴식시간은 reading과 listening이 끝나면 주어지고, 대략 시험 시작부터 90-120시간 후이다. 나는 급격한 자신감 하락 상태였고, 이때도 긴장을 하고 있었던지 준비해 온 간식이 코로 넘어가는지 어쩐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나 유학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대략 10분 후에, 시험장 앞에 서있으니 내 이름을 불러서 다시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나의 가장 취약점인 speaking 시험이었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4문제 중에 제대로 답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계속 절면서 답했고, 심지어 2문제는 말하다가 시간이 끝나버렸다. 내 옆에는 막힘없이 잘하던데.. 나 진짜 유학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speaking이 끝났다.
다음은 writing 파트였다. 첫 문제는 지문이 주어지고, 듣기로 해당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화성 착륙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나름 잘 적은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점을 첫 문제 답을 다 써갈 때쯤 발견했다. 바로 문제 끝에 있는 ‘준비된 양식을 사용하지 마라.’라는 문구였다. 한 번 더 멘탈이 흔들렸다. 사실 writing은 템플릿을 아예 외워왔고, 경고를 읽은 건 이미 내용을 다 쓰고 막 검토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래서 그냥 어쩔 수 없이 단어 오타만 확인하고 넘어갔다. 내 수준에서 템플릿 없이는 200 여자를 쓸 수 있을까 싶었다.
다음 문제는 동의/부동의 문제였는데, 앞에서 템플릿을 쓰지 말라고 해서 좀 다르게 시작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결국에는 some people로 시작하는 문장과 in my opinion 문장 순서만 바꾸고, 나머지는 외운 템플릿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긴장했던 탓인지 자꾸 오프 토픽 되려고 해서, 정신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시험장 나가서 아내랑 얘기해 보니까 이유 2개 중에 하나는 오프토픽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시 중에 선생님 예시를 든 게 있는데, 모양만 예시였지 사실 모든 이야기를 지어냈다.
검토할 시간도 없이 시간에 겨우 맞춰서 두 번째 문제도 마치고, 시험이 종료됐다. 종료 후 안내문에 Reading과 listening 시험 결과를 알려준다고 되어있었다. 결과를 알고 싶지 않으면서도 알고 싶었다. 솔직히 전혀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next를 눌렸는데 이게 웬걸, 지금까지 봤던 모의고사 2개 보다 두 파트 성적이 좋았다. 한 25초 멍한 상태로 이게 맞나 싶다가 일단은 내 성적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해당 성적을 report하겠냐길래 당연하지! 하면서 report 해달라 했다.
전혀 기대 안 했는데 reading과 listening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총점수도 약간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최종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텐데, 사실 아무리 잘 나와도 speaking 때문에 내 최종 목표치는 못 나오지 싶다.
이제 남은 타임라인에 따라 gre 시험을 준비하면서, speaking을 보완해서 최종 목표 점수를 만들어야겠다.
앞으로 준비하는 유학 절차를 글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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