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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8 신혼여행 Day 2, 체스키 크룸로프로 험난한 여정 / Na Knizeci - 레지오젯 버스 - 도착 / Hotel OLDINN / Krcma Satlava

이십억이십 2022. 10. 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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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7 신혼여행 Day 2, 체코 입성 체스키 크룸로프 가는 길 / 프라하 공항, Na Knizeci 정류장 /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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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Knizeci 정류장

8.25.(목) 2:05 PM

첫 번째 역경 : 버스 예매 불가


앞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체코 소도시 “체스키 크룸로프”로 이동하려면 Na Knizeci 정류장에서 노란색 RegioJet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IDOS 어플에 있는 티켓 구매 기능으로 도저히 버스 예매가 안 되는 것이었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2시가 넘었기 때문에, 3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하려고 했는데, 볼트에서 아무리 시도해도 잘 될 것 같다가도 중간에 다시 오류가 났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타지에서 주요한 교통수단 예매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정말로 난감했다.

일단 버스 예매가 안되고 상당히 예민한 상태로 정류장에 내렸다. 볼트 기사님이 캐리어 3개를 내려줬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어떤 인상 좋은 아저씨가 와서 어디로 가는지,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봤다. 체스키 크룸로프로 간다고 하니까 정류장을 안내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고마운데, 당시에는 표를 예매 못해서 그랬는지 정신없고 신경이 서있어서 고맙다고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지금 와서지만, 감사했습니다…ㅠㅠ


타는 곳은 알았는데 티켓이 없으니 혹시나 정류장 내에 티켓을 파는지 찾아봤다. 우리가 볼트에서 내린 곳 바로 옆에 가판대가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 물어봐도 티켓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절망하고 일단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알려준 버스 정류장 앞으로 갔다. 확인해보니 우리가 탈 버스(Cesky Krumlov 행 RegioJet, 15:00 출발) 안내가 되어있어서 잘 찾아왔구나 싶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버스 예매만 하면 됐다. 문제는 iDOS 어플에서 버스 남은 자리가 계속 조회되는데, 이때 남은 자리가 6자리였나? 그랬다. 서둘러서 예매를 해야 했다.


버스 티켓 예매가 안됐던 이유는 2가지이다.

1. VIVA X 카드 : “안심클릭” 서비스 미가입
2. 예비용 신용카드(씨티카드) : 비밀번호 여러 번 틀림…(허무 그 자체..)


VIVA X카드는 두바이 공항에서도 쓰고 프라하 공항 ATM에서도 썼었는데, 그건 오프라인으로 직접 결제하고 돈을 인출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iDOS 어플에서 티켓을 예매하려고 하니 해외 인터넷 결제로 되어서 “안심클릭” 서비스 가입이 필요했다. 분명히 볼트를 타고 오면서 정상적으로 가입 절차를 진행했는데, 오류가 뜨면서 등록이 안돼서 결제가 안 됐고, 예비용 신용카드도 비슷한 절차를 하려 했는데 비밀번호를 여러 번 틀려서 진행이 안 됐다. 계속해서 어플로 시도해도 결제는 안 됐고, 차선책으로 RegioJet 직영 홈페이지에서도 예약을 시도했는데 결제가 안 됐다. 카드로 직접 결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google 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이를 경유해서 결제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였다. 거의 절망이었다.

혹시나 '하나 VIVA X 카드'로 iDOS와 같은 해외 앱에서 원활한 결제를 하려면, 여행 전에 미리 하나카드 홈페이지에서 ‘안심클릭’ 서비스를 가입하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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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책 : 카카오뱅크 카드 사용

엄청나게 머리를 굴렸고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에서, 머리가 거의 멍하고 하얘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체스키 크룸로프 가지 말까 생각도 들었다.
그때 짝꿍이 혹시 다른 카드를 사용하면 안 되냐고 했다. 다른 카드가 아예 없다고 생각했는데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휴대폰 케이스에 넣고 다니던 카카오뱅크 카드가 있었다. 사실 원래는 빼놓고 오려했는데, 실수로 들고 온 카드였다. 진작에 카드가 있는 건 알았지만 여행 때 사용하려고 들고 온 게 아니었어서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가 거의 2시 40분이었고, 버스 출발은 20분밖에 남지 않고 버스 빈자리도 거의 없었다. 거의 손발이 떨릴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왜냐하면 1시간을 늦으면 거의 해가 지기 때문에 그 1시간을 늦는 게 당시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비행에 지치기도 하고 상황도 이랬던지라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었던 것 같은데, 같이 여행한 짝꿍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거 1시간이 아까워서… 미안합니다.

아무튼 카카오뱅크 카드를 Google 페이에 연결하려고 하니 이것도 마찬가지로 해외 결제 차단을 풀어야 했는데, 다행히 전화 절차 없이 문자만 인증하니까 비교적 간단하게 바로 차단이 풀렸다.


결국 출발을 15분 앞둔 2시 45분쯤 버스 좌석 예매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좌석은 떨어져서 따로 가야 했지만, 그마저도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이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탔다.(대부분은 여행객이었다.)


버스는 2인에 17.9 EUR 였고 당시 원화로 빠져나간 금액은 24,446원이다. 지금 포스팅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카카오뱅크 카드도 의외로 수수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RegioJet 버스 (체스키 크룸로프행)

8.25.(목) 3:00 PM / Na Knizeci 정류장

다행히 버스를 예매하고 조금 있으니까 2시 50분쯤 노란색 RegioJet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섰다. 혹시나 정류장 앞에 버스 표지판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티켓을 예매할 때 짐은 1인당 1개에 무게랑 크기도 정해져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따로 확인을 안 하길래 그냥 버스 밑 짐칸에 다 밀어 넣었다. 그리고 버스기사한테 가서 우리 표 QR코드를 보여줬다. 53번과 20번 자리를 예매해서 꽤 먼 곳에서 짝꿍과 체스키 크룸로프로 향했다.


버스에 탑승하고 한숨을 돌렸었나 보다. 딱 버스에 탄 시간 이후부터 사진이 다시 남아있다.
출발하고 이번에는 체스키 크룸로프 다음 행선지인 브르노행 버스를 예매하기 위해서 혹시나 해서 같은 방법으로 인증을 하고 결제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의 실패 없이 바로 예매가 됐다.
(이때는 몰랐다. 어쩐지 너무 쉽게 예매된다 했더니… 결국…)

+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처음에 결제가 안 됐던 이유는, 볼트로 이동 중에 인증 절차를 진행하니까 휴대폰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아이폰이 운전 중으로 인식하고 운전 모드로 들어가면서 인증 전화를 못 받아서였던 것 같다.
해외에 가면 이래저래 급한 일이 많은데, 미리 서비스를 등록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아까 했던 것처럼 iDOS 어플로 예매를 했다. 너무 야속하게 이번에는 바로 예약이 됐고, 오후 1시에 타는 Flix 버스였다. 가격은 2인에 608 CZK 였고, 한화로 약 3만 원 조금 넘는 가격이다. 버스도 잘 예매했겠다, 지금까지의 여정도 정리하고 오래간만에 여유를 즐겼다.


버스 앞 좌석에도 멀티미디어 화면이 있길래 간단하게 스도쿠도 해봤다. 솔직히 별로 재미는 없었다.


여유롭게 사진도 찍다 보니, 중간 경유지로 Pisek라는 작은 터미널과 Cesky Budejovice(체스키 부데요비츠)도 들렸다.
꽉 찼던 버스는 Pisek에서 1/3 정도가 내렸는데, 그때 짝꿍 옆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바로 옆자리로 이동했다. 짝꿍이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혹시나 자기도 내려야 하나 해서 걱정했다고 했다. 체스키 부데요비츠는 꽤 큰 정거장이었는데, 바로 옆에 기차역도 있었다. 창원 버스 터미널보다 좀 더 컸던 것 같다.
이때는 몰랐다. 여기 우리가 다시 와야 할지…(복선)

두 번째 역경… 브르노행 교통편


도착할 때까지 버스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이번에도 시간이 정말 안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브르노행 경로를 한 번 더 찾아봤다. 이번에는 버스를 예매한 iDOS 어플 말고 구글 맵스에서 검색해봤다. 그런데 구글맵에서 검색한 같은 경로에 나와있는 버스 안내를 자세히 보니 사진과 같이 ‘취소됨’과 시간에 삭선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Flix 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Travel Information 메뉴의 Booking Number에 iDOS에서 받은 예약번호를 입력하니까 아래와 같이 안내됐다.


Status not available…
두 번째 역경이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잘 풀린다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일단 내일 점심에 이동하기로 계획하고 있어서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으로 대처하려 했다.

1. iDOS 어플에 문의
2. Flix 버스 홈페이지 문의


첫 번째 대책이었던 IDOS를 사실 좀 더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플도 사용하기 간편하고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도 잘 줬기 때문이다.
아래는 문의했던 내용과 답변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는 티켓만 팔아주니까 그런 건 본사에 문의하쇼." 였다.
꽤 충격을 먹고, 두 번째 대책이었던 Flix 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전화를 하고 싶었는데, 연락처도 따로 없고 문의하기에 채팅이 있어서 채팅을 남겼다. IDOS에 썼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썼고, 답변이 오기를 기다렸다.

체스키 크룸로프 도착

8.25.(목) 5:50 PM / Spicak Bus Station

걱정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버스는 체스키 크룸로프 스피챠크(Spicak)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체스키 크룸로프에는 2개의 정류장이 있었는데, 레지오젯 버스는 종점인 중앙 버스정류장(Central Bus station)까지 운행했다. 당시에는 구글맵스가 스피챠크(Spicak) 정류장에 내리라고 안내해줘서 이쪽에서 내렸다.
드디어 그토록 힘들게 했던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감격스러웠다.

짐을 버스에서 내리고,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캐리어 3개를 들고 왔는데, 크룸로프로 오니 마을 안의 모든 길바닥이 돌로 되어있어서,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너무 컸다. 덜덜덜덜덜덜. 안 그래도 우리 둘 다 오랜 여정으로 지쳐있었는데, 캐리어는 무겁고, 소리는 크고, 사람들은 쳐다보고... 신경이 너무 쓰였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분이 들뜨기도 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스피챠크(Spicak) 정류장에서 우리의 첫날 숙소인 호텔올드인(Hotel OLDINN)까지는 거리로는 800m였고 구글 지도 안내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고 되어있었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우리의 지친 몸과 무거운 캐리어로 가기는 예상외로 꽤 힘들었다. 크룸로프는 볼트나 택시가 따로 없어서(적어도 내가 찾아본 바로는)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의 피곤과 역경을 잊게 했던 풍경

덜덜덜덜덜덜 10분을 걸으니 광장이 보였고, 우리 숙소가 있었다. 사실 역대급으로 피곤했는데, 광장에 서서 주변 풍경을 보니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공기는 좋고, 날씨도 시원하고 장작 때는 냄새도 너무 좋았다. 마치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호텔 올드인(Hotel ONLDINN) 체크인

8.25.(목) 6:05 PM

 

호텔은 광장의 ‘ㅁ’ 자를 구성하고 있는 건물 중 하나로, 흰색 건물이었다. 호텔에 들어가니 대략 오후 6시였다. 데스크에는 2명이 있었고 왼쪽 사람이 체크인을 도와줬는데, 분명히 영어를 하시는데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발음도 발음이거니와 너무 피곤하고 씻고 싶고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도 오케이 오케이하고 넘어갔다. 키를 받아서 방으로 올라갔다. 그라운드 층보다 한층 더 위의 방이었는데, 2명만 탈 수 있는 작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방은 작고 아늑했다. 킹 베드 하나거울 없는 화장대, 그리고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솔직하게 우리나라 모텔이랑 비슷했는데 좀 더 고급스럽고 아늑한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모텔이 이 숙소를 따라 했다고 생각하면 느낌이 올 것 같다. 방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었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 체크인할 때 미니바가 필요하면 부르라고 했었는데 진짜 아무것도 없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어차피 미니바가 있었어도 물을 제외하고 다른 건 비싸서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방에 슬리퍼도 없었다... 가격에 비해 다소 아쉬웠지만, 사실 너무 피곤했어서 관계 없이 잘 지냈다. 

짝꿍이 씻을 동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체스키 크룸로프로 오면서 찾아놓은 편의점(현지에서는 미니마트라고 불렀다.)에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는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나와보니 모든 힘들었던 마음이 다 무장해제됐다. 날씨와 공기가 최고였다. 걸어서 지도를 따라 이동했고, 얼마 걷지 않아 미니마트에 도착했다. 꽤 많은 물건이 있었고,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찾아오는지 신라면과 같은 우리나라 상품도 보였다. 컵라면은 처음에 챙겨 왔기 때문에, 물이랑 음료수 같은 필요한 것만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 전체에 장작 때는 냄새가 났는데, 아무래도 체코 음식 자체가 대부분 고기를 직화로 구워 먹어서 그런가 싶었다.

숙소에서 씻고 간단하게 재정비를 하고, 짝꿍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저녁 7시쯤이었는데,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체코는 8월 말 기준 8시쯤 해가 완전히 졌다.

성 비투스 성당 뒷편에서 바라본 체스키 크룸로프


우리는 호텔과 가까운 성 비투스 성당에 잠시 들려 마을을 조금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해 질 녘 마을 풍경은 예술 그 자체였다.

 

체스키 크룸로프 식당 Krcma Satlava


저녁은 짝꿍이 미리 찾아놓은 식당인 “Krcma Satlava”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체스키 크룸로프를 소개하는 블로그에서 추천하는 식당이었는데, 내부가 동굴처럼 되어있었다. 처음에 갔더니 사람이 많은지 10분 후에 오라고 해서, 또 잠깐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다니다가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상 좋으신 아줌마가 우리를 안내해줬는데, 지금 당장은 입구에서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구석 자리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옆의 괜찮은 테이블이 곧 집에 갈 것 같은데, 가면 자리를 바꿔준다고 해서 일단은 구석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뒤적거리고 있으니까 옆 테이블 일행이 나가서, 곧바로 자리를 옮겼다. 일행이 나갈 때 다른 일행이 자리에 앉으려 하자 인상 좋은 아줌마가 우리 자리라고 막아줬다. 땡큐!

체코에서 처음 맛본 맥주, 크기와 맛 모두 잊을 수 없다.


메뉴는 체코 대표 음식인 꼴레뇨를 먹고 싶었지만, 메뉴판도 잘 모르겠고 짝꿍이 여기는 믹스그릴세트(?)를 시켜야 한다고 해서, 그걸로 시키고 맥주를 시켰다. 맥주는 굉장히 컸고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맛보던 맥주와는 차원이 다르게 깊은 맛이 났다. 여행의 고단함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직화구이 그 자체

고기는 직접 직화로 구웠다. 역시 밖에서 나던 장작 때는 냄새가 이 냄새였다.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시아계 사람은 아예 없었다. 여행 처음부터 인종차별을 걱정했는데, 느낌 상 인종차별은 없었다. 좀 기다리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음식을 서빙하면서 아까 우리를 안내해준 인상 좋은 아줌마가 ‘Enjoy’라고 했는데, 우리는 이후 여행에서 이 ‘Enjoy’를 힘든 일이나 역경이 있을 때 써먹었다. 물론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달이 넘은 지금도 종종 써먹고 있는데, 하기 싫은 걸 하게 해주는 마법 주문과 같은 말이다.


솔직하게 되돌아보면 음식은 체코에서 경험한 다른 음식점에 비해 아쉬웠다. 하지만 그때는 시장이 반찬이던지, 너무 배가 고파서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양도 많아서 배 터지도록 먹고 남겼다. 믹스그릴세트(?)에 맥주 두 잔까지 해서 가격은 4만 원 정도 나왔다.

밥도 다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밖으로 나섰는데, 너무 피곤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는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기에, 마음 같아서는 밤공기와 야경을 더 즐기고 싶었지만 남은 여정을 생각해서 얼른 숙소로 가서 쉬기로 했다. 숙소에 와서 간단히 씻고 어떻게 잠든지도 모르게 잤다. 행복한 체코에서의 첫날밤이었다.